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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계절이 지나가곤 한다. 그러다 가로수 나무들의 이파리를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가로수 아래서 - 천도화

가로수 아래서 – 천도화

무성하던 플라타너스 이파리에
가을이 내려앉는다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황금 빛 엽서
내 앞으로 온 편지를 받아든다

누가 보냈을까
밤새 쓴 손 편지
눈물자국이 얼룩으로 번져있다
휘파람을 불던 당신을 떠 올린다

텅 빈 마음으로
발신인 없는 나뭇잎 한 장 받아 쥐고
당신과 걷던
가로수 길을 허공에 걸어본다

당신의 안부가 궁금해
책갈피에 끼워둔 장문의 편지
당신이 살고 있는 강 너머로
바람에 실어 보낸다

2022년 4월, KTX광명역 “마음으로 소통하며 찾아가는 시화전”

젊었을 적에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많이도 들었다. 우리나라 말처럼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드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