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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14회 춘란배 세계 바둑 선수권 대회 4강에서 중국 리쉬안하오 기사가 세계 1위인 신진서 9단을 이겨서 결승전에 진출하는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4강에서는 한국 기사 두 명, 중국 기사 두 명이 자웅을 겨루어 리쉬안하오 선수와 변상일 선수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변상일 기사는 완전히 진 바둑을 극적으로 역전시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중국 바둑 팬들은 신진서를 이긴 리쉬안하오 선수에게 열광했지만, 같은 중국 최상위급 기사인 양딩신이 리쉬안하오에 대한 인공지능 치팅(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매우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

양딩신 기사가 8강에서 리쉬안하오 선수에게 한 번도 승기를 잡지 못하고 졌고, 준결승에서 신진서 선수가 리쉬안하오에게 마찬가지로 한 번도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지 못하고 지는 것을 보고 그동안 중국 기사들이 가져온 의심이 아마도 확신으로 바뀌어 이런 폭로가 SNS를 통해 터져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축구 경기에서도 비슷한 팀들이 경기를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으로 한 팀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바둑에서도 아무리 불리해도 기회가 오는 타이밍이 있기 마련입니다. 변상일 기사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바둑이었지만 상대방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딩신:리쉬안하오 경기와 신진서:리쉬안하오 경기처럼 일방적으로 한 명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은, 일류기사들 간의 경기에서, 그것도 연달아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리쉬안하오 선수가 진짜로 치팅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동안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것이 중국 선수들의 반감을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최정상급 기사들은 인터넷에서 서로 경기를 하면서 연구하고 감각을 유지하지만 리쉬안하오는 혼자서 인공지능으로만 연구한다고 합니다.

혼자 인공지능(AI)으로 연구하여,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닌 선수가 단기간에 초인류기사가 되었다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중국 바둑기사들은 납득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양딩신의 리쉬안하오에 대한 부정행위 의혹 폭로 직후에 두 선수 간 7번기가 열리기로 한 것 같습니다.

두 선수 간 7번기 결과에 따라 한 선수는 은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는 분위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치팅이 있더라도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같습니다. 국내에서 한 여자 선수가 인공지능 치팅이 발각되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관련 규정이 없어 비교적 가벼운 1년 자격정지 처벌을 받았지만, 한국기원은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프로그램 사용과 관련된 소속 기사 내규를 신설하고 위반시 자격정지 3년 또는 제명 조치키로 했습니다.